"골목에 웬 쌀자루가 놓여 있어 열어보니 여자가 숨진 채 들어 있었습니다."  환경공무원의 말입니다. 그는 자루에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른  손이 약간 나와 있어서 마네킹인 줄 알고 만져 보니 느낌이 이상해서 자루를 열어보니 여자 시신 들어 있어서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다고 합니다.

18년 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골목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에서 쌀자루에 씐 채 묶여 있는 여성 시신이 환경공무원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시신은 여러 끈으로 결박돼 있고 곳곳에는 폭행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 미제로 남아 있는 이른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신원미상의 범인은 이후 두 차례 더 범행을 저질렀고 경찰은 여전히 이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살해당한 여자분 2명이 있고 납치됐다가 도망쳐 나온 여자분 1명의 생존자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05년 6월 6일 현충일 공휴일입니다.  20대 여성 권 모 씨는 감기기로 인하여 이날 병원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그다음 날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권 씨는 납치 당일 폭행 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였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같은 해 11월 21일. 신정동 주택가 골목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에서 가정주부 이 모 씨가 대형 비닐과 돗자리에 말린 채 숨져있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당시 이 씨는 퇴근하여 전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오는 것까지 밝혀졌는데 그 후 행적이 오리무중이였다가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은 혹시 친정에 간 줄 알고 그냥 자고 일어났는데 그때까지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첫 번째 피해자와 같이 시신이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에서 발견된 점과 사인이 경부 압박 질식사인 점, 비슷한 폭행 흔적 등을 미루어 동일범 소행으로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추적할 만한 단서는 없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세번째 사건은 첫 사건 발생 약 1년 뒤인 2006년 5월 31일 발생했습니다. 신정역 주변에서 여성 A 씨가 범인에게 납치되었습니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대낮에 범인에게 잡혀서 A 씨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며 따라오라 협박했고 속수무책으로 신정동 주택가의 한 반지하 방으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도착 직후 범인은 A씨를 두고 화장실에 갔고 이 틈을 이용해 범인의 방을 벗어났습니다. 이때 A 씨는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신이 잡혀 온 반지하 집 바로 위층(2층)으로 올라가 그 집 앞에 놓여 있던 신발장 뒤에 몸을 숨겼다고 합니다.

이후 A씨는 자신을 찾으러 나온 범인이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탈출해서 이후 한 초등학교 앞까지 뛰어간 뒤 남자친구에게 연락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범인은 하나가 아닌 둘. 신발장에는 토끼 스티커"

아무 진전 없던 이 사건은 납치당했다 도망친 A 씨 진술로 범인에 대한 일부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A 씨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하나가 아닌 둘입니다. 그의 진술 전까지 이 사건은 단독범행으로 추정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납치 당시 범인 집에 도착하자 "왔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신발장 옆에 숨었을 때도 두 명이 집 밖으로 나왔다 한 명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남은 한 명만 밖으로 나갔다고 당시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집 안에 대해서는 톱과 각종 끈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떠올렸습니다. 이 부분 역시 앞서 발생한 두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 피해 여성이 모두 끈으로 결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지역에 살지 않았던 A 씨는 자신이 끌려갔던 집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집을 나와 15~20분 정도를 달려 초등학교에 도착한 점과 자신의 몸을 숨겼던 신발장에 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이 엽기 토끼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된 이유입니다.

몽타주 공개까지 하고 여러번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을 통하여 범인을 추적하는 방송을 하였으나 18년간이나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납치 미수 피해자 진술에도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 만한 어떤 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실 수사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진술 내용을 토대로 범인 주거지 의심 구역 반경 내에서 전수 조사를 벌였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주장입니다.

다만 이 사건을 끝으로 신정동에서는 더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범인들이 범행 직후 이사 갔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 사건을 여러 차례 다루어 사건 발생 당시 공론화 되지 않았던 이 사건은 크게 알려졌고 관련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방송은 이를 통해 직접 범인 추적에 나서기도 했으며 몽타주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2020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첩보를 입수해 사건 당시 확보한 DNA 자료 등을 토대로 다시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잡진 못 했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여전히 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범인의 DNA가 확보됐다하니 언젠가는 꼭 잡히리라고 확신합니다. 화성 살인사건 이춘재를 보듯이 말입니다. 범인을 반드시 잡아서  못다하고 떠나신 피해자를 위로하고 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렸으면 합니다. 그 범인들 못 잡으면 또 계속 살인을 할 것입니다. 수사관 여러분 그 자들을 꼭 잡아주세요. 잡아서 꼭 사형을 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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