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1일 아침 7시 24분, 112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대전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던 남편 김태수 씨가 평소 새벽 5시가 되면 귀가했는데, 아침이 되도록 연락도 되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그 사이 다른 신고전화가 112에 접수됐는데, 새벽기도 나가던 분이 교회에 갈 때에 택시에 불과 시동이  켜진 채 서 있었는데 교회에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택시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서 112에 신고한 것입니다.

 

남편의 행방이 확인되길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태수 씨의 아내는 신고한 지 불과 3분 후, 경찰서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남편의 택시가 집에서 7km 떨어진 대전시 송촌동에서  발견됐고  택시 뒷좌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분이 김태수 씨 같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아내는 달려가 확인하려고 했으나 너무 처참하게 사망했다고  경찰이 남편의 시신을 보는 것을  만류했다고 합니다. 아들만 보고 아버지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망한 김태수(사망 당시 56세) 씨의 차량은 대전시 송촌동의 인적이 드문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발견됐는데, 덤프트럭에 택시 우측면을 들이받고 있었습니다. 새벽기도 갔다 오던 신고자는 시동과 헤드라이트도 켜져 있어서 처음엔 교통사고가 난 건가 싶었는데, 뒷좌석에 사람이 웅크린 자세로 쓰러져있는 걸 보고 112에 신고한 것입니다.   

 

차 안에 유혈이 낭자했고, 수차례 흉기에 찔린 걸로 보이는 피해자는 사망해 있었습니다. 부검 결과 피해자는 몸 28군데를 칼에 찔렸으나 치명상은 없었고 과다 출혈로 사망했습니다. 피해자가 28군데나 칼에 찔렸어도 치명상이 없으므로 오랫동안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범인이  죽을 때까지 위에서 누르고 있었다는 것이 증거로 남아 있었습니다. 범인이 사용한 칼은 자루는 없고 부러진 칼날만 김태수 씨 시신 밑에서 발견 됐습니다.

 

택시 안 미터기는 시신 발견 당시에도 켜져 있었는데, 이를 통해 새벽 4시 27분경 마지막으로 탑승한 인물이 범인으로 추정됐습니다. 범인은 손님을 가장해 강도 목적으로 택시에 탑승했다가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걸까요. 그런데 택시 운전석에 있던 지갑과 피해자 안주머니에서 18만 원가량의 현금이 그대로 발견됐고, 유독 피해자 얼굴 쪽에 찔리고 베인 상처가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와 면식이 있고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택시에 동행했다가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발견 당시 택시는 우측면을 덤프트럭에 들이받고 있어 조수석이나 조수석 뒷자리는 아예 문을 열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운전석 뒷문도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서 밖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승객은 내릴 수 없는 상태였는데, 김태수 씨는 뒷좌석에서 기묘한 자세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혈흔은 뒷좌석에만 집중적으로 흩뿌려진 상황이고 차량은 왜 덤프트럭에 들이받은 상태로 발견됐으며, 피해자와 범인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대전의 베테랑 택시기사 여러분과 사건을 추정해 봤습니다. 김태수 씨는 범인과 시비가 붙었던지 강도를 하려고 했던지 어떠한 이유로 범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덤프트럭에 택시 오른쪽을 바짝 댔을 거라고 했습니다. 김태수 씨는 차를 대고는 범인을 제압하려고 운전석에서 나와 뒷문을 열고 머리부터 택시 안으로 들이밀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김태수 씨의 신발 한쪽이 운전석 밑에 떨어진 건 급히 나오다가 문턱에 걸려 벗겨졌을 거라고 합니다.

 

범인은 족적등으로 유추해 볼 때 체격이 왜소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김태수 씨는 해병대 출신에 다부진 체격으로 범인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범인이 앉아 있는 택시 뒷문을 열고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때 범인은 칼을 꺼내 무차별 공격을 했을 것이고요. 김태수 씨는 맨손으로 칼을 방어하기도 어렵지만 택시에 머리부터 엎드린 자세로 들어가므로 대응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냥 시비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택시 안에 있는 돈을 안 가져갔다고 택시 강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강도의 목적은 돈을 빼앗는 것인데 예기치 않게 살인이라는 큰 사건이 터져 미쳐 돈을 챙길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목격자나 단서가 확보되지 않아 범인의 정확한 탑승 위치조차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대전시 송촌동 택시기사 피살사건은 미터기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건 당일 피해자의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은 총 16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4시 27분 15번째 승객이 하차한 지 불과 16초 뒤에 탑승한 범인은 3.4km를 달려 대전시 송촌동 외곽지역에서 범행을 저지른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그날 15번째 승객은 범인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터기에 남은 3분 45초의 마지막 기록을 추적하여  범인이 승차한 위치를 몇 군데 추정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미터기의 초당 데이터를 분석해 당시 경찰이 추정한 범인의 16군데 예상 승차지점이 맞는지 검증을 해 봤습니다. 또한  카이스트 IT 융합연구소 도움을 받아 사건현장에서 역순으로 경로를 추정해 그날 피해자의 택시가 주행했을 지점을 과학적으로 복원해 봤습니다. 프로파일러 및 법의학자들과 함께 그날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여 17년째 미제로 남아있는 대전 송촌동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합니다.

 

김태수 씨가 사망한 날 이른 새벽  송촌동 사망택시가 발견된 지점에서 5km 떨어진 곳 세탁소에 어느 남자가 피가 많이 뭍은 옷을 세탁해 달라고 왔다고 합니다. 세탁소 사장님은 거절해서 그냥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오전 9시경에 다시 와서 피 묻은 그 옷을 세탁해 달라고 부탁해서 또 거절해서 보냈다고 합니다. 세탁소 사장님도 그 사람은 큰 체격은 아니고 170 정도 키라고 합니다.

 

범인은 강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보통 사람들은 칼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칼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유사시에 칼을 쓰겠다는 것인데 칼 쓸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도둑질하다 들키면 찌를 수도 있고 협박용도 되고 최후에 이렇게 사람을 찔러 죽이지 않았습니까. 

 

사망한 김태수씨는 본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았던 사람이었는데 소싯적에 사업에 손을 댔다 실패하여 생계를 위해 택시기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해병대 출신으로 체격도 좋고 불의를 보면 그냥 넘기지 않는 의리의 사나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 원한을 살 사람도 아니고 상냥하고 친절하며 웃기도 잘하고 남에게 만원을 받으면 이만 원을 주는 넉넉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아내도 동료 기사들도 전부 입을 모아 좋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인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16년 만에 범인을 잡았다고 합니다. 택시에 불을 지른 종이조각에 쪽지문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이번 대전시 송촌동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가장 확실한 DNA가 확보됐다고 하니 꼭 잡힐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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