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천 물속 뼈

이제 제가 몸이 많이 회복되어 살림을 돌봐 주시던 작은 언니는 서울 자기 집으로 올라가셨습니다.

마침 둘째 형부가 몸이 많이 아파서 지방엔 병원이 마땅치 않아 본격적으로 치료를 해 본다고  대학병원이 있는 안양으로 올라오셨습니다. 

 

언니가 형부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며 틈만 나면 건강관리 한다고 안양천에서 산책했습니다.

언니는 형부가 아픈 것을 보고 건강에 바싹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이제 수리산엔 가지 않고 언니와 안양천에서 걷기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형부를 모시고 병원에 가지 않는 날엔 얀양천 운동을 빠짐없이 갔습니다.

심지어는 병원에 갔다 온 날도 짬을 내어 안양천 운동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주로 산책은 평촌 신도시 비산동 쪽 축구장이 있는 휴식 공원 천변에서 부터 양명고, 양명여고 옆에 있는  대우아파트 근처까지 천변을 따라 걸어 다녔습니다. 

어느 날 천변을 걷다가 아주 조그만 아기 뱀(아무리 작다 하여도 독이 있을 수 있으니 만지는 것은 금물)도 보았습니다.

날로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안양천에는 곳곳에 징검다리도 있고 산책하며 건너 다닐 수 있는 다리가 여기저기 여러 곳에 놓여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다가 수시로 다리 위에 서서 물속에서 노니는 잉어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큰 잉어들도 있고 조그만 잉어 새끼들도 있고 참 잉어가 많았습니다.

잉어들은 다리에 사람만  나타나면 우르르 몰려와서 입을 뻐금거렸습니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곤했습니다.

 

천변 안내문에 잉어와 비둘기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팻말을 세워 놨는데  그냥 모이를 주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과자등을 던져 주는 것을 알고 사람만 나타나면 잉어들이 몰려왔습니다.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대우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마주 보고 있는 곳에 예쁜 산책로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그곳 다리에 올라서서 물속 잉어를 보고 있는데 바로 조금 위 물속에  허연게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정육점에서 구입해  곰국 끓여 먹는 뼈처럼 보였습니다.

살점은 전부 발라졌고 뼈가 아주 연한 분홍빛으로 신선하고 얼마 안 된 것 같았습니다.

정육점의 소뼈에 붙어 있는 것 같은 허연 기름만 약간씩 붙어 있었습니다.

뼈는 상당히 굵은 편이었으며 똑같은 크기로 잘라서  흩트리지 않고 정말 가지런히 일렬로 꽤 많은 양이 물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가지런히 놓인 길이가  어림 잡아 50센티미터도 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언니에게  "저게 뭐지"  하니까  언니의 대답이  "그냥 누가 소뼈나 돼지 뼈를 버린거겠지"  하여 그냥 그곳을 지나쳐 갔습니다.

조금 아래 다리로 한 바퀴 돌아와서 그 뼈를 찾아 보려고 있던 자리의 물속을 바라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곳엔 우리 말고도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누가 신고해서 회수해 갔을 거로 추정합니다.

저의 비약일지는 모르나 소뼈와 돼지뼈는 개울 천변에 버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수원 쓰레기 더미 위 그을은 넓적다리

저는 어린 시절 수원에서 지냈는데 직장문제로 안양으로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팔달로 주변에 있는 서울에서 초빙한 수학강사의 학원 강의를 들으며 1년간 재수를 했습니다.

밤에는 독서실에 가서 밤을 새우다시피 공부했습니다.

모든 게 순조로히 마무리 되어 이제 마음이 여유로워졌습니다.

 

당시 수원은 개발이 덜 되어 곳곳에 공터가 있었습니다.

뒷 길은 작은 집들도 있고 중간에 쓰레기 무더기도 쌓아 놨었습니다.

언니는 조카를 업고 저와 걸어서 새 옷을 한벌 장만하려고 시내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뒷길로 걸어가고 있는데 작은 집들 사이 쓰레기 무더기를 크게 쌓아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얼핏 쳐다보니 쓰레기 무더기 꼭대기에  불에 검게 그을은 상당히 큰 소다리 같은 것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무릎 부위에서 부터 엉덩이 반 쪽까지로 전혀  가려지지도 않은  채 그대로 쓰레기 더미 맨 꼭대기에 훤하게 올려져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겉 부분은 불에 새까맣게 그을려져 있는데 엉덩이 반쪽 잘린 부분은 짙고 검붉은 살이 뭉실 뭉실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때도 안양천에서 같이 있었던 언니와 가고 있었는데  언니에게  "저것 좀 봐"  하니까 언니가  "누가 소다리나 돼지다리를 갖다 버렸겠지" 하고 대답하길래 그냥 시내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시내로 계속 걸어가면서 자꾸  아까 본 소인지,  돼지인지  다리 생각으로 마음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언니와 저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다시 돌아 가 자세히 보자고 쓰레기 더미로 다시 돌아왔는데 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그때  생각은 누가 경찰에 신고하여 가져 갔던지 아니면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이니까  누가 주워다가 먹었던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두건 다 동물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요새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며 곰곰이 두건을 떠 올려 봅니다.

저의 비약인지는 모르나 행여 억울한 죽음과 관련된 건 아닌가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습니다. 

 

제가 공원과 안양천을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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